김창호의 세상보기

포천시 국립수목원 가는 길목에서 김창호 생각 - 문학의 역할은 국가경쟁력

광동 민우 김창호 2010. 4. 29. 23:34

          문학의 역할은 국가경쟁력 강화의 기본 요체



                                                       광릉21포럼 회장 김창호


  나는 대학시절 괴테의 ‘파우스트’를 공부하며 이해조 선생님의 ‘자유종’이 괴테의 ‘파우스트’보다 더 위대한 작품이라는 것을 알았다.  또한 전북 군산에서 피터한트케의 『관객모독』의 배우로 예술계에 데뷔하며 이해조 선생님의 『자유종』을 무대에 올리면 더 훌륭한 작품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자유종』의 서두는 “일본도 삼십 년 전 형편은 우리나라보다 나을 것이 없어서 혹 세상 돌아가는 형편이나 혹 제 나라의 앞날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정신나간 사람이라 여기거나 한심한 사람으로 보며 사람취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했던 일본에서 토론문화가 크게 열리는 것이 마치 종교인들이 거리에서 전도하는 것처럼 되었어요. 입을 열면 민족의 장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삼인이 모여 술잔을 나눌 때도 세상사에 대해 이야기하니, 전국 방방곡곡의 남녀들이 십여년을 농담과 잡담을 끊고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이야기하더니 지금은 아시아에서 제일로 강한 나라가 되었습니다.”로 시작하고 있다.


  그 동안 많은 국문학자들이 이러한 이해조 님의 작품에 대해 “소설가는 해결사가 아닌 까닭에 해결의 열쇠가 작가에게 있는 추리 소설에서도 막판의 해결을 독자에게 맡기기 예사인데, 이해조 선생은 오히려 작가가 누구를 계몽하고 싶은 의욕이 넘치다 못해 구성이 자유롭지 못하다”고 평가해 오늘날까지 역사의 뒤편에 있었다.


  나는 어느 정치인의 “2만불 시대”의 부와 권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역사 속에 살아 남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2만불 시대”를 성취한 ‘권력과 부’도 역사 속에 살아 남지 못하면 아무런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총체적인 위기와 현실이 증명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기업가라는 모 기업 회장의 ‘천재론’의 인재가 만들어 놓은 기술도 문명이 바뀌고 세월이 흐르면 쓰레기하치장 신세를 면하지는 못한 것은 역사가 증명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문학가가 일구어 놓은 문화적 가치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하다.  실례로 괴테와 괴테의 문학이 지금도 뿜어내고 있는 부가가치와 만들어지고 있는 일자리는 마르지 않는 샘과 같으며 모든 물을 가리지 않고 받아주는 바다와 같다.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 총체적 난국이라고 한다.  나는 풍전등화와 같았던 구한말 구국의 대안 “여성의 사회 참여와 양성평등을 통한 나라와 겨레의 발전”을 이야기 한 이해조 선생님의 신소설 「자유종」이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평화와 인류의 번영을 이끄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내는 열쇠”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해조 선생님의 「자유종」에 나오는 나라를 구하는 방법으로 제시한 “외국 의뢰도 쓸데없고 한 두개 영웅이 혹 국권을 만회하여도 쓸데없고 오직 전국 남녀 청년이 보통지식이 있어서 자주권을 확립하여야 확실히 안전하다.”란 구절이 생각난다.  나는 이러한 이해조 선생님 문학관의 연장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지금 「제2의 국치」라고 불린 IMF 체제를 겪은지 10여년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정치, 안보, 경제, 사회적으로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오늘의 위기는 우리 민족과 국가에게 선진국 진입을 위한 새로운 「도전과 기회(Challenge & Opportunity)」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생물학자 다윈의 「적자생존의 법칙」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당대의 사회변동 혹은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고 대처해 나간 민족과 개인은 살아남고 더욱 발전해 온 반면, 제때에 대처하지 못한 개인과 민족 그리고 국가는 도태되고 말았다.


  따라서 오늘의 위기를 하루 빨리 극복하고 우리나라 대한민국이 세계사를 주도하는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보다 정확한 이해와 전략적인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더불어 국가와 사회, 그리고 국민 개개인이 미래를 위해 다양한 투자와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국경 없는 무한경쟁의 지구촌 시대에 한 나라의 경쟁력은 그 나라의 부존자원이나 산업경쟁력 뿐만이 아니라, 국민 개개인의 창의력과 노동의 질에 달려 있다. 더욱이 경쟁국가처럼 천연의 부존자원도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우리의 개성과 창의력으로 만들어낸 문화와 예술적 가치가 곧 자원이고 자본이며 국가발전을 이끌어 가는 원동력인 것이다.


  지식경제시대에 있어서 한나라의 문화적 역량은 바로 그 나라의 경쟁력이 될 것이며 예술적 창조력이야말로 지구화 시대에 국가와 국민 개개인이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부분이다.


  현 시대를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지식정보화 시대로 지칭하고 있으나 사실은 문화혁명시대이며 우리 생활주변 어디에서도 예술적 창조력과 관련되지 않은 분야는 없다. 이제 문화와 예술적 창조력은 국가경쟁력 강화의 기본 요체이며, 국민생활과 복지향상의 기본조건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오늘과 같은 위기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세계가 문화혁명의 무한경쟁시대로 급변해 가고 있는데도 우리의 사회와 기업환경은 새로운 물질문명시대에 맞는 정신문화를 창출해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국가지도층과 국민생활 속의 문화지체현상과 사회의식의 결여로 국가환경과 산업구조를 선진화시키지 못한 것이 위기를 자초한 것이다.


  미국도 1980년대 경쟁력을 잃어 거의 모든 시장을 일본과 독일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가에 빼앗긴 세계최대의 채무국이었다. 그러나 미국은 1980년대의 경제위기를 기회로 삼아 개성과 창의를 창출해내는 합리성의 경제원리와 예술적 가치를 중심으로 산업구조와 사회구조를 조정하고, 국가시스템을 개혁함으로써 지금과 같은 총체적인 국가위기 속에서도 세계선두국가의 자리를 유지해 나가고 있다.


  미국은 1980년대 자동차, 항공, 반도체 등 주요산업에서 일본에 주도권을 내주었으나 1990년대에 들어와 인터넷, 디자인과 영화산업 등 문화산업을 기반으로 국가경쟁력을 회복했다. 바로 이러한 미국의 구조조정 결정체가 실리우드인 것이다.


  이제 우리도 국민생활 속에 문화적 마인드가 축적되고 예술적 창조성이 중시되는 멀티미디어산업, 정보통신산업, 디자인산업, 영상출판산업, 이벤트산업 등이 주도하는 경제구조로 전환시켜 나가야 한다.


  고비용․저효율의 경제․산업, 사회구조를 문화와 예술적 창조력과 연계시켜 저비용․고효율 구조로 전환해 나가야 하며, 가용한 우수 인력을 조화롭게 활용할 수 있는 문화예술 네트워크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하게 철폐하고 자유경제체제가 확립되도록 모든 정책을 근본부터 변화시켜야만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예술적 창조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시장경제가 발달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구(舊)소련의 붕괴와 동구의 몰락이 증명하듯이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예술적 가치의 대부분은 시장경쟁체제로 이루어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렇듯이 지금 문화격변기의 시대의 위기를 「도전과 기회」로 삼아 국가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기 위한 문화예술적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문학과 문학인의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독일은 괴테(Gethe, Johann Wolfang von, 1749~1832)가 문화적인 글쓰기를 하며 모국어를 사용하는 예술가를 모아 '사교적 교양의 시대'를 열고 이러한 사교모임을 발전하여 '사회적 또는 문명적 시대'를 가졌다. 이러한 모임들이 더 증가하고 확대되어 가면서 그들 스스로의 의견교류가 '용해(Verschmelzen)'되어 대화집단간의 사상적 의견이나 서로의 소망이 이해될 수 있는 '보편적 시대(die allgemeine Epoche)'로 끌어 올렸다. 오늘날 독일은 괴테의 이러한 시도에 힘입어 이해집단들이 서로의 목적이나 주장을 상호이해하고 시시각각으로 전개되는 '세계의 흐름(Weltauf)'을 현실적 의미로나 이상적 의미로 받아들여 서로의 비전을 공유할 필요성을 느낀 '일반적 시대(die univeselle Epoche)'를 연 것이다. 괴테가 이러한 운동을 벌이기 전까지 독일은 유럽의 전장터에 지나지 않았고, 문화적으로 유럽의 열등국이었다. 하지만 괴테는 문학을 통해 독일의 점진적 발전과정을 함께 체험하며 유럽 사상가들과의 사상적 정신적 교류를 통해 독일의 문화지체현상을 극복하고 독일을 세계사를 주도하는 나라의 토대를 마련했던 것이다.


  또한 영국과 영국문화가 유럽의 변두리에서 세계사를 주도하는 중심국가, 중심문화로 등장한 것도 셰익스피어의 활약이후이다. 특히 산업혁명 후 영국의 문제점인 밀집된 도시인구, 부적합한 주거지와 위생, 불규칙한 고용, 빈곤을 경감하기보다는 무마하기 위한 정부정책들이 초래한 참을 수 없는 고통들에 대한 대안들을 제시한 것이 1840년대의 영국의 소설들이다.


  더욱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 대영제국'을 설계하고 건설한 벤자민 디즐레이는 자신의 소설 「코닝스비」에서 정치가들이 권력의 결실을 다루는데 있어 영국의 실패를 보여주며 "우리의 도덕문명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향상이 없었다. 돈을 벌고, 노동력을 만들고 기계를 만드는 야단법석 속에서, 우리 제도의 정신은 자라지 않고 제도의 조직만 웃자랐다."며 그는 소설 속에서 영국의 번영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영국의 문제를 교정하기 위해 고안한 '젊은 영국'의 프로그램을 제시해 실천했다.


  우리에게도 괴테와 디즐레이 같은 문화적인 글쓰기를 통한 사회개혁과 정치개혁을 시도한 분이 있다.


  다름아닌 서두의 이해조 선생은 100여년전 일본제국주의가 침략의 칼날을 드세우고 우리의 민족혼을 말살하려 할 때, 신문화 운동과 민중계몽운동에 앞장서 당시 한자문화와 유교적 사회제도를 한글생활문화와 홍익이념의 사회제도로 복원시키려 했다.


  이해조 선생은 1907년 대한협회와 1908년 기호흥학회 등의 사회단체에 참여하여 신학문을 소개하며 민중계몽운동에 앞장섰다. 또한 한글만을 사용한 제국신문의 기자로 활동하며 민족언어의 발전에 기여하며 국권회복을 위해 무능한 정부와 관리의 부패 및 일본세력의 내정간섭과 국권침탈에 대해서도 날카롭게 비판했다.


  우리문학사에 큰 획을 그은 신소설 「자유종」은 봉건제도에 비판을 가한 정치적 개혁의식이 뚜렷이 담긴 작품이다. 특이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 신교육의 고취, 사회풍속의 개량 등 개화의식이 두드러져 있다. 형식면에서는 토론소설로서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상호존중의 사회 분위기를 진작시키려는 뜻도 담겨있다. 「춘외춘」, 「구의산」, 「화사계」, 「원앙도」, 「봉선화」 등의 작품들도 봉건부패 관료에 대한 비판, 여권신장, 개가문제, 신교육, 미신타파 등 새로운 근대적 의식과 계몽성을 담고 있다.


  하지만 같은 대상을 놓고 형제와 자매, 친구가 벌이는 사랑싸움이나 남편과 아내의 외도로 가정파괴를 다루는 드라마 작가만을 양성한 이 시대의 국문학자들은 이해조 선생의 작품 「자유종」에 대해 누구를 계몽하고 싶은 의욕이 넘치다 못해 더욱 자유롭지 못하게 쓴 소설이 「자유종」이라는 혹평을 하며 연구를 외면하고 있다. 또한 소설가는 해결사가 아닌 까닭에 해결의 열쇠가 작가에게 있는 추리 소설에서도 막판의 해결을 독자에게 맡기기 예사인데, 이해조 선생은 오히려 작가가 누구를 계몽하고 싶은 의욕이 넘치다 못해 구성이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해조 선생의 업적을 폄하해 놓았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이해조 선생께서 쓴 소설처럼 살아가고 있다. 만일 이해조 선생께서 괴테나 디즐레이와 같은 시대에 활동을 했다면 우리나라가 세계대전을 두 번씩이나 일으키고도 거뜬한 나라로 남아있거나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영광을 가졌을 것이다. 진정으로 문학을 하는 사람은 괴테와 디즐레이 그리고 이해조 선생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훌륭한 나침반이 되고 설계도가 되어 주는 작품을 써야 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우리나라는 커다란 변화의 물결을 헤치고 세계중심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국민통합과 국력의 결집이 각 분야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사, 문화와 정신적 가치에 대해 온 국민이 자부와 자신감을 가져야 할 것이며 이를 문학과 문학인이 견인해 나가야 할 것이다. 


  좋은 꿈을 함께 꿀 때 반드시 이루어진다.



  김창호 (金昶澔)는 광릉(廣陵)21포럼(http://cafe.daum.net/k255)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시집 “너랑 함께라면 그곳이 어디든 내겐 천국이었어(학영사 공저)”와 소설집 “광릉숲(제3의문학)”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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