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 장관에서 이임하며 동고동락한 동료들의 환송을 받고 있다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계에서 용퇴했다. 여야는 물러나는 그를 두고 민주당 '호남 물갈이'의 최대 피해자라고 입을 모았다.
사실 민주당 내에서 그는 주류를 좇는 정치인은 아니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야당 내 강경론이 팽배한 가운데 협상파를 자처한 그였다. 당의 보편적 복지론 공약에 대해서는 충분한 재원마련이 바탕이 돼야 한다고 주장해 지도부의 눈 밖에 났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이처럼 소신파였던 그는 후배 관료들로부터는 "야당이면서도 할 말은 해주는 용기 있는 국회의원"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강 의원은 공천 결과에 불복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일부 의원들과 달리 "세대교체를 바라는 시대적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용퇴를 선언했다. 정파나 정세를 좇지 않고 소신껏 정책제언을 해온 그의 행보는 가히 '미스터 대나무'라 할 만큼 곧았다.
그런 그가 국가 재정을 지키는 전도사로 다시 돌아왔다. 연말 대선을 앞두고 복지 포퓰리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전직 경제관료들과 언론계ㆍ학계 인사 100여명이 참여한 '건전재정포럼'의 대표를 맡았다. 강 전 장관은 처음에 대표직을 사양했지만 정치와 경제 영역을 섭렵한 그를 추천하는 주변의 권유가 강했다.
정계은퇴 이후 5개월 동안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강 전 장관은 대선을 앞둔 국민 여론이 복지 포퓰리즘이라는 한 방향으로 너무 편향되게 흘러가는 것이 걱정됐다고 한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강경식 전 부총리나 진념 전 부총리 같은 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셨다"고 말했다.
그가 대표를 맡은 건전재정포럼은 정치색을 배제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복지와 재정 문제를 들여다볼 방침이다. 강 전 장관은 "복지확대를 주장하는 진보학자들의 목소리가 가장 높은 가운데 정부 출연기관 학자들은 선거를 앞두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각 캠프에 있는 학자들은 후보의 생각만을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의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뭔가 다른 목소리가 분명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 전 장관은 앞으로 건전재정포럼을 매월 2~3차례 열고 각 대선후보들의 대선공약이 재정건전성에 어떤 영향을 줄지 세밀하게 검증할 계획이다. 근본적으로 우리나라에서 복지수요가 왜 이렇게 갑자기 커졌는지도 뜯어볼 생각이다.
그는 "국민들이 일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정부나 재벌 등 지배계층이 잘못해서 복지수요가 갑자기 커진 측면이 크다"며 "시스템만 제대로 돌아간다면 자존심 강한 우리나라 국민들은 아직까지 내가 일해서 먹고 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각 후보들의 공약을 무작정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겠다는 데 대해서는 높게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윤홍우 기자(seoulbird@sed.co.kr)
2012.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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