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의 시와 함께 살펴 본 양사언 선생님의 시적 가치
광릉21포럼 회장 김창호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봉래 양사언 선생님의 시조)
눈물로 씨 뿌리지 않고
밭이랑에 물을 주지 않고서야,
풍성한 알곡들을 거두리라고
우리는 기대할 수 없다.
우리는 풍성한 알곡들을 거두는 신비한 세계를
아무런 대가도 없이 얻을 수는 없다
<괴테의 시>
우리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독일이라는 나라를 세계대전을 두 번씩이나 일으킨 나라, 그로 인해 분단이 되었다가 1989년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며 베를린 장벽을 허물고 또다시 통일을 이룬 세계사를 주도하고 있는 G7의 일원으로 부유하고 강한 나라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괴테(Goethe, Johann Wolfgang von, 1749∼1832)라는 인물이 역사에 등장하기 전까지 그리고 괴테의 문학이 독일 국민의 생활 속에 자리잡기 전까지 독일이라는 나라는 유럽의 전쟁터에 지나지 않았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종교 싸움터로 30년 전쟁(1618∼1648)을 겪었고, 이 전쟁으로 독일은 완전히 폐허가 되어 나폴레옹의 군대에 의해 정복되었다. 심지어 7년 전쟁(1756∼63) 때에는 프랑스에 점령되어 괴테의 집도 프랑스 민정장관의 숙사(宿舍)가 되기까지 했다.
이렇듯 독일은 절망과 폐허의 나라였으며, 분열을 종식시키고 통일국가에 대한 희망은 꿈도 꿀 수 없는 나라였다. 희망 없는 나라 독일에 희망을 불어넣은 인물이 괴테이다. 괴테는 1775년에 바이마르 공국의 젊은 대공 카를 아우구스트의 초청을 받아 바이마르 공국의 여러 공직에 앉게 되고 재상이 되어 10년 남짓 국정에 참여하였다.
괴테(Gethe, Johann Wolfang von, 1749∼1832)는 "한 나라의 정신은 말과 글에 있다."라며 국어와 민족과 국가는 공동체임을 강조하며, 문화운동을 벌였다. 문화적인 글쓰기를 하며 모국어를 사용하는 예술가를 모아 '사교적 교양의 시대'를 열고, 이러한 사교모임을 발전하여 '사회적 또는 문명적 시대'를 가졌다.
이러한 모임들이 더 증가하고 확대되어 가면서 그들 스스로의 의견교류가 '용해(Verschmelzen)'되어 대화집단간의 사상적 의견이나 서로의 소망이 이해될 수 있는 '보편적 시대(die allgemeine Epoche)'로 끌어 올렸다.
오늘날 독일은 괴테의 이러한 시도에 힘입어 이해집단들이 서로의 목적이나 주장을 상호이해하고 시시각각으로 전개되는 '세계의 흐름(Weltauf)'을 현실적 의미로나 이상적 의미로 받아들여 서로의 비전을 공유할 필요성을 느낀 '일반적 시대(die univeselle Epoche)'를 연 것이다.
괴테가 이러한 운동을 벌이기 전까지 독일은 유럽의 전장터에 지나지 않았고, 문화적으로 유럽의 열등국이었다. 하지만 괴테는 문학을 통해 독일의 점진적 발전과정을 함께 체험하며, 유럽 사상가들과의 사상적 정신적 교류를 통해 독일의 문화지체현상을 극복하고 독일을 세계사를 주도하는 나라의 토대를 마련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와 못지 않게 중요했던 것은 문화적인 마인드를 갖추며 인식을 함께 하는 정치인들의 후원이었다. 바이마르 공국의 카를 아우구스트 대공은 33세의 청년 괴테에게 재상의 지위를 주어 문학활동과 문화활동을 지원했다.
특히 독일 역사상 가장 훌륭한 정치가로 평가되어지고 있으며 철혈재상으로 알려진 비스마르크는 괴테의 작품을 인용해 연설하거나 정책 결정하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독일의 정치가와 기업가들은 괴테를 모르고는 정치활동과 기업활동을 영위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우리나라 스포츠가 전두환 대통령이 집권한 후 기업들로 하여금 프로구단을 창단 해 지원토록 해서 성장하고 발전한 것처럼, 당시 독일의 기업들과 정치인들이 괴테와 관련된 문화예술단체에 후원을 한 결과가 오늘날 괴테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게 된 결과이다.
비스마르크의 철혈정책의 성공이나, 자신의 정책에 반대하는 정적 라스커(Lasker)를 지칭해 "그들은 씨를 뿌리지 않고 추수하지 않으며 기도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옷감을 짜지 않으면서 옷을 입고 있다. 나는 어떻게 그들이 옷을 입고 있는가 하는 사실이 아니라, 어쨌든 그들이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라며 국민을 설득한 것 등은 "눈물로 씨 뿌리지 않고 밭이랑에 물을 주지 않고서야, 풍성한 알곡들을 거두리라고 우리는 기대할 수 없으리. 우리는 이렇듯 신비한 세계를 아무런 대가도 없이 얻을 수는 없으리"와 같은 괴테의 문학을 통해 국민과 ″부국강병과 통일″에 대한 현실적인 합의를 만들어 놓은 결과물인 것이다.
우리나라 보다 먼저 분단되었고 세계의 여러 나라로부터 위험국가로 분류된 독일이 보다 빨리 통일할 수 있었던 것도 괴테와 관련된 문화단체의 지원을 통해서이다. 서독의 지도자들과 기업가들은 주변강대국과 동독을 의식해 「통일」이라는 말의 사용을 자제하였다.
서독의 정치가와 기업들은 「통일」에 대한 말을 하기보다는 동독과 서독, 그리고 이념을 달리하는 세계 여러 나라의 사상가와 문화예술인들의 모임인 「바이마르 괴테협회」에 정치적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독일의 통일은 「바이마르 괴테협회」을 비롯한 괴테를 추모하는 문화예술단체들의 동독과 서독에서 벌인 문화예술행사를 통해 "사상과 감정의 공유(Gemeinsamkeit der Ideen und Empfindungen)"의 결과물인 것이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
[이상은 높고 원대하게, 실행(實行)은 비근(卑近)하게]라는 것은 지극히 일반적인 인간교육의 지침이다. 그러나 요즘은 합리주의 풍조가 만연되어서 인지는 모르지만, 너무 높은 곳에 이상을 두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비현실적인 목표는 처음부터 포기해야 할 '꿈 같은 이야기'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봉래 양사언 선생님의 시를 읽게 한다면 어떠한 인물로 성장할 것인가? 분명 태산은 높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발을 내딛어 옮겨 가다보면 분명 정복할 수 있는 것도 태산이다. 오히려 태산보다 더 높고 큰 것이 인간의 욕망과 꿈이 아닐까? 태산은 항상 제자리, 아니 오히려 모진 풍파에 깎이어 줄어들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의 의지는 태산을 허물어 평지로 만들고도 남는다.
우리들 가슴속에는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땀흘리지 않고, 노력도 해보지 않고 나와는 무관한 성과물로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민족의 평화와 통일, 번영도 "평화" "통일" "번영"이라고 외친다고 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행동도 하지 않고, 목소리만 높이니 점점 더 먼 바램이 되는 것이다.
지금 모두가 "코드! 코드!"를 이야기 하지만, 「마인드」를 이야기해야 한다. "태산이 높다 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 오르고 또 오르면 못 오를 리 없건마는 사람이 제 아니 오르고 뫼만 높다 하더라."라는 "사상과 감정"을 남과 북의 한겨레가 그리고 세계 여러 나라에 퍼져있는 동포들이 공유해야한다.
1997년 7월 봉래 양사언 선생님의 후예들이 선생의 뜻을 받들고 새로운 문화의 시대를 열기 위해 「청계문화사랑방」이라는 이름으로 모였다. 「청계문화사랑방」은 일동 지역의 초, 중,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양사언 백일장을 개최해 글 쓰기를 좋아하는 학생들에게 문학가로의 꿈을 심어주고, 지역주민들에게는 자랑스런 선현의 삶과 업적을 본받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자 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 「청계문화사랑방」은 백두산 밑 상류의 김좌진 장군 전승지인 용성향 청산리 문학모임과 물적 인적 교류를 추진하고 있으며, 향후 포천문학과 연변문학의 교류로 확대도 꽤하고 있다. 「청계문화사랑방」의 이러한 노력은 중국 동포와의 인적, 물적 교류를 가짐으로서 서로간의 뜨거운 동포애를 느끼고 민족혼을 고취시킬 뿐만 아니라 향후 통일문학의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바이마르공국의 카를 아우구스트 대공과 비스마르크와 같은 정치가도 없고, 독일의 기업가와 같은 문화단체에 대한 후원자도 없어 안타깝다. 지금 우리나라도 분명 문화를 알지 못하면 정치도 기업도 영위할 수 없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바이마르 괴테협회가 독일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민족의 번영에 희망이었던 것처럼, 봉래 양사언 선생님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청계문화사랑방」은 분명 우리의 희망이며 대한민국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우리 겨레 번영의 불씨이다.
괴테는 "향토문학의 발전이 독일문학의 발전을 가져 올 것이며, 그러한 독일문학이 곧 세계문학과 정신의 보편적 가치가 될 것이다"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커다란 변화의 물결을 헤치고 세계중심국가로의 도약을 위한 국민통합과 국력의 결집이 각 분야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역사, 문화와 정신적 가치에 대해 온 국민이 자부와 자신감을 가져야 할 것이며 이를 「청계문화사랑방」의 회원들처럼 향토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견인해 나가야 할 것이다. (끝)
저서 소설집 광릉숲(제3의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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